코드 속도가 빨라질수록,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바뀐다.

얼마 전, 함께 일하던 한 주니어 개발자가 개인적인 고민을 토로했다. “AI 시대에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해도 되는 걸까요? 제가 무엇을 더 보강해야 할까요?”라는 그의 질문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그리고 얼마 뒤엔 내가 속한 단톡방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요즘 주니어 채용 정말 많이 줄었어요”, “내가 배운 기술이 이젠 의미가 있을까요?” 같은 질문들이었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조사에서 44.4%가 채용계획이 없거나 전년 대비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측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성과관리 플랫폼 운영사 ‘클랩’이 스타트업·중소·중견·대기업 HR팀장 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4%의 기업이 내년에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중단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정말로 개발자는 끝난것인가? 회의감이 드는 소식들이 줄을 잇지만 내게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일자리가 줄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개발자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기능을 만드는 일은 AI가 빠르게 해내고 있지만, 그 결과물이 서비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검증·운영·안전 같은 새로운 책임이 함께 따라오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은 “개발을 계속해야 할까?”라는 질문보다 “개발을 배웠다면 어디로 확장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A, DevOps, 보안 전문가 같은 직군은 코드 바깥에서 흐름을 보고 안정성을 책임지는 역할들로, AI 시대에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된 분야다. 이 글은 그 세 가지 길이 왜 주니어 개발자에게 현실적인 선택이고,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QA
AI가 만든 결과를 실제 서비스의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
AI 덕분에 기능 하나를 만들어내는 속도는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빨라졌다.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만들어진 코드일수록, 그 결과가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자연스럽고 흐름에 어울리는지, 그리고 실제 사용자가 경험했을 때 어색함이 없는지 하는 판단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특히 작은 기능 하나라도 맥락에서 벗어나면 사용자 경험 전체가 무너질 수 있고, 그렇기에 예전보다 결과물의 흐름과 상호작용을 읽는 감각이 더 중요해졌다. 최근 QA 분야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기능 검증이 아닌 서비스의 품질과 연결된 판단력을 QA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요즘 개발자들이 바이브코딩으로 작업하면 마치 ‘개발하는데 왜 QA를 하는 기분이 든다’라는 반응이 그 증거다. 나도 바이브코딩 방식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에서 이런 경험을 했다. AI가 생성하는 코드 리뷰는 물론 기능을 검토하며 사용자 흐름을 함께 검토하고 개선을 지시한다. 이 경험이 말해주는 건 명확하다. 개발 영역에 QA의 시각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QA와 개발의 경계가 곧 허물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 나아가, QA의 핵심은 ‘버그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서비스의 일관성을 지켜내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 개발자가 기능 단위로 일하고, AI가 코드를 빠르게 쓸수록,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 건 복잡한 알고리즘의 오류보다 작은 UX 어긋남이나 흐름의 단절인 경우가 많았다. QA는 이 부분을 가장 먼저 감지해내고, 팀 전체가 놓치고 있던 사용자 관점을 되돌려주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주니어 개발자나 막 개발을 배운 취업 준비생의 입장에서 보면 QA는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낮고, 즉시 보일 수 있는 성과가 많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기능을 개발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코드를 읽고 문제 감각을 키우는 데 성공할 수 있고, QA의 흐름을 이해하면 서비스 전체의 책임감 있는 역할로 확장할 수 있다. AI로 인해 단순한 개발자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는 반면, QA는 오히려 더 판단 중심의 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QA라는 길은 단순한 보조 역할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의 중심축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거라 생각한다.
DevOps
코드를 넘어 ‘서비스 전체의 생명주기’를 책임지는 역할
기능이 빠르게 만들어지는 환경이 되면서, 기업들은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했다. 서비스 구조가 복잡해지고, 배포·운영·인프라 관리라는 책임이 더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시장 현상이 아닌 산업 전반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실제로 시장조사 결과 글로벌 DevOps 시장이 2025년에 약 161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었고, 2030년까지 약 431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나도 팀에서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우리는 바이브코딩으로 여러 기능을 빠르게 추가했고, 그만큼 품질 게이트 설계가 시급했다. 자동화 테스트만으로는 부족했고, PM과 클라이언트가 작업되는 기능을 빠르게 검증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배포 파이프라인을 재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AI가 기능을 빠르게 만들어내니까, 배포 구조도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는 인식이 팀 내부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물론 DevOps는 단순히 배포 파이프라인을 자동화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서비스가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인프라 구성이 적절한지, 장애가 나면 어떤 지점부터 추적해야 하는지, 트래픽이 몰렸을 때 시스템이 어떻게 버티고 확장해야 하는지 같은 판단은 아직 AI 가 온전히 대신하기 어렵다. 이런 판단은 경험과 맥락이 필요한데, 작은 팀일수록 이 능력을 가진 사람 한 명이 전체 서비스의 안정성을 좌우한다. 그래서 DevOps는 “백오피스 기술자”가 아니라, 팀의 생산성과 서비스의 신뢰도를 동시에 책임지는 역할에 가깝다.
DevOps는 이제 인프라·보안·모니터링·비용 관리까지 서비스 운영의 중심이 되는 역할로 확장되고 있다. 코드가 빨리 만들어지는 만큼, 그 코드가 실제로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붙잡아두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작은 팀에서는 DevOps가 사실상 서비스의 방패 역할을 하고, 조금 큰 팀에서는 DevOps가 전체 기술 전략의 축이 된다.
그래서 주니어 개발자에게 DevOps는 성장이 빠르고, 동시에 시장에서도 꾸준히 높은 수요가 유지되는 현실적인 진입로가 된다.
보안 전문가
AI가 만든 속도를 견제하고 서비스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
기능이 빠르게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속도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것은 안전성이다.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기존엔 쉽게 드러나지 않던 취약점들이 한꺼번에 표면화되고, 특히 AI로 생성된 코드에서는 보안 리스크가 더 크게 드러나고 있다는 보고도 나온다. 예컨대 Veracode의 2025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코드의 약 45%가 보안 취약점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한다.
보안의 어려운 점은 “공격을 막는 기술” 자체보다, 그 상황이 실제 서비스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판단하는 과정에 있다. 단순히 취약점을 스캐너로 찾아내는 일은 AI가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지만, 그 취약점이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리스크인지, 어떤 시나리오로 악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상황을 막기 위해 시스템 전체를 어떤 구조로 바꿔야 하는지는 결국 사람이 전체 맥락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보안은 코드 한 줄보다 인프라, 인증·인가, 네트워크, 데이터 흐름까지 이어지는 영역이라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훨씬 빠르게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AI 이후의 서비스 운영 환경에서는 DevSecOps라는 흐름이 점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기능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배포되는 만큼, 운영 단계에서 보안이 무너지면 팀 전체가 멈추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조직일수록 개발·운영·보안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대응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중견 이상의 조직에서도 보안을 운영과 개발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래서 개발자 출신인 보안 전문가는 AI 시대에 더욱 강한 강점을 가진다. 주니어 개발자라면 이 방향은 현실적인 선택이 될거라 생각한다.
AI가 개발자의 역할 일부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개발자의 길이 닫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코드 안쪽보다 코드 바깥에서 더 중요한 일들이 생겨났고, 그 일들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들이다. QA, DevOps, 보안 전문가 같은 역할은 단순히 ‘대안 직군’이 아니라 AI 이후의 개발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축에 가깝고, 개발자로서의 기반을 가진 사람이라면 훨씬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는 분야들이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주니어 개발자에게 필요한 건 “이 길을 계속 가도 될까?”라는 불안이 아니라, “어디에서 내 기술을 더 잘 쓰고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새로운 방향 전환일 것이다. AI 시대는 기존의 경계를 흐리고 역할의 지형을 다시 그리게 만들지만, 그 변화 속에서 기술 베이스를 가진 사람의 기회는 오히려 많아졌다. 중요한 건 빠르게 진입해 작은 경험이라도 쌓아보기 시작하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역할을 다시 발견하게 될거라 확신한다.
몽쉘 카카오
개발하는 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