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에이전트는 사람이 이미 일하는 자리로 찾아온다

Google이 Project Mariner를 종료했다는 소식을 봤다. Project Mariner는 Google이 실험하던 AI 웹 에이전트였다. 사용자를 대신해 웹을 탐색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일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다.
흥미로운 건 이 기술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Google은 Project Mariner의 기술이 Gemini Agent와 AI Mode 같은 다른 제품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독립된 에이전트 실험은 닫혔지만, 그 기능은 Google의 기존 제품 안으로 들어간 셈이다.
최근 AX 업무를 하면서, 조직에 AI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할 방법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요즘은 새로운 도구와 솔루션이 정신없이 나오기 때문에, 나도 가능한 한 많이 직접 써보고 있다. 그런데 결론은 늘 “쓰던 걸 잘 활용하자”로 모였다. AX는 새로운 AI 툴을 하나 더 도입하는 일이 아니다. 기존 업무 흐름에 AI를 심는 일에 가깝다.
좋은 에이전트는 사람을 새 툴로 부르지 않는다. 사람이 이미 일하는 자리로 찾아온다.

AI가 새 앱으로 사람을 부르기보다 이미 일하는 자리로 들어와야 한다는 맥락을 보여주는 업무 공간
사람을 에이전트의 환경으로 옮기면 생기는 문제
최근 한 조직에서 흥미로운 AI 전환 시도를 본 적이 있다. 각 팀마다 리포지토리를 주고, 개발자가 아닌 사업 직무까지 Claude Code 중심으로 업무를 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OpenClaw 같은 멀티 에이전트, 멀티 워크스페이스 구조를 염두에 둔 접근으로 보였다.
의도는 이해됐다. 사람이 업무 맥락과 스킬을 구조화된 형태로 쌓아두면, 나중에 그것을 에이전트에게 이식하기 쉬울 것이다. 팀별 리포지토리에 컨텍스트가 쌓이고, 업무 방식이 문서화되고, 사람이 하던 일을 에이전트가 이어받을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Human Claw" 방식이 오래가기 어렵다고 본다.
사람의 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에이전트의 작업 환경으로 이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Skill 개념도 낯설고, Markdown 문법도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이 갑자기 Claude Code, Git, PR, 병합 흐름을 배워야 했다. 그러다 보니 AI가 쏟아내는 정보를 검토하기보다, 새 도구와 새 문법에 적응하느라 바빠졌다.
Git은 개발팀 안에서도 관리 전략이 필요한 도구다. 브랜치 전략, 리뷰 규칙, 병합 방식, 충돌 해결을 따로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이 복잡도를 개발과 무관한 직무의 기본 업무 환경으로 밀어 넣으면, AI가 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운영 부담을 만든다.
AI Transformation을 하려던 시도가 어느 순간 Git 교육 프로젝트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기존 도구 위에서도 AX는 가능하다
물론 모든 조직에 같은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메일, 한글 파일, 카카오톡만으로 일이 오가는 아주 보수적인 환경이라면 먼저 기본 협업 환경을 정리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Slack, Notion, Google Drive, Linear, Jira 같은 도구를 쓰고 있는 조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런 조직에서는 굳이 모든 업무를 Claude Code와 Git 중심으로 옮길 필요가 없다. 기존 도구 위에서도 충분히 AX 전환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AI가 들어갈 자리를 조직 밖에서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일이 흐르고 있는 경로 안에서 찾는 것이다.
Slack 대화를 Linear나 Jira의 이슈로 발행하는 정도는 이미 도구 간 연결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AX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이 이슈를 처리하려면 어떤 맥락이 필요한가. 관련 문서는 어디에 있는가. 과거에 비슷한 논의가 있었는가. 담당자가 바로 판단하려면 무엇을 봐야 하는가. 사람에게 맡길 일과 에이전트에게 맡길 일은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
AX는 이 질문들에 답할 준비를 해주는 쪽에 가깝다.
자동화는 티켓을 만든다. AX는 그 티켓이 처리될 수 있도록 맥락과 실행 주체를 준비한다.

티켓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실행 가능한 맥락을 준비하는 장면
업무 흐름이 없으면 AI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AI를 기존 업무 흐름에 심으려면, 먼저 그 업무 흐름이 보여야 한다. 자기도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AI를 붙이면, 전환은 더 어려워진다. 실체가 없는 일을 AI에게 시키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이 Skill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나는 Skill을 작은 업무 흐름의 단위로 본다. 어떤 정보를 보고,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형식으로 결과를 만들고, 다음 단계로 무엇을 넘기는지 정리한 것이 하나의 Skill이다.
이런 Skill들이 모이면 하나의 큰 Workflow가 된다. 그리고 이 흐름을 에이전트에게 심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업무 위임이 가능해진다.
업무 흐름을 머릿속에서 그려내지 못하면, AI에게 위임할 수도 없다.
그래서 AX의 시작은 특정 AI 툴을 고르는 일이 아니다. 우리 일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려보는 일이다. 어디에서 정보가 들어오고, 어디에서 판단이 일어나고, 어디에서 사람이 멈칫하고, 어디에서 다음 액션이 끊기는지 봐야 한다.
그 지점이 보여야 에이전트가 들어갈 자리도 보인다.
좋은 에이전트는 일하는 방식 안에 남는다
Project Mariner가 독립 프로젝트로 닫힌 것은 에이전트의 실패라기보다, 에이전트가 더 현실적인 자리로 이동하는 과정일 수 있다.
사람들은 AI를 쓰기 위해 매번 새 앱을 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미 대화하고, 기록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자리에서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
AX도 같은 방향이어야 한다.
사람을 새 툴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AI를 기존 업무 흐름 안으로 보내는 것. 중요한 업무 파이프라인 중간에서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을 알려주고, 필요한 맥락을 준비해주고, 맡길 수 있는 일은 실제로 위임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좋은 에이전트는 사람이 이미 일하는 자리로 찾아온다.
그리고 좋은 AX는 그 자리에 AI를 심기 전에, 먼저 일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볼 수 있게 만든다.
몽쉘 카카오
개발하는 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