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그럼에도 내가 애플 주식을 모으는 이유

5
그럼에도 내가 애플 주식을 모으는 이유

가끔 기술 뉴스를 훑어보다 보면, 요즘 애플이 정말 AI 시대의 중심에 있는 회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너무 조용하고, 너무 신중해서, 눈에 띄는 움직임이 더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OpenAI나 구글 같은 기업들이 광속으로 새로운 모델을 내고 협업 생태계를 확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애플의 발걸음이 소극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흘러가는 뉴스들을 보면서도 나는 계속 애플을 지켜보는 편이다. 어떤 기대라기보다도, 기술이 크게 방향을 틀 때마다 이 회사가 묘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AI 흐름을 보면, 어쩐지 또 한 번 그런 장면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환의 순간마다 앞에 있었던 애플의 패턴

스티브 잡스가 전설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당시 나는 아이팟을 손에 들고 있었고, 화면을 바라보며 “이건 정말 다른 차원의 기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잡스가 “오늘 우리는 휴대폰을 재발명합니다”라고 말하며 아이폰을 무대 위에 꺼내 놓았을 때 객석이 숨을 죽였던 그 분위기, 그리고 얼마 후 실제로 그 기기가 내 손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충격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502256_467646_4149.jpg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스티브 워즈니악이 납땜으로 만들던 초기 Apple I부터 스티브 잡스가 GUI 기반 맥을 꺼내놓던 시절까지, 애플은 “기술이 누구의 손에 닿느냐”라는 질문이 바뀔 때마다 등장했다. 당시 메인프레임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애플이 “컴퓨터를 집 안에 두는 것”을 앞서 감각했다면, 아이폰은 그 기계가 다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명징하게 보여줬다.

그 경험들이 내 안에 남아 있기에, 지금의 AI가 다시 클라우드 중심에서 점점 ‘기기 중심’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볼 때, 자연스럽게 과거의 장면들이 함께 떠오른다. 기술의 본질이 바뀌기보다는, 그 기술이 머무르는 위치가 바뀌는 변곡점 말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역사적으로 애플이 가장 강했던 바로 그 영역이다.

기기 안으로 먼저 들어간 애플의 앞선 걸음

애플의 저력을 예상하는 이유는, 누구보다 빠르게 온디바이스 AI 흐름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2017년 Apple A11 Bionic 칩 발표에서부터 ‘Neural Engine’이라는 전용 신경망 가속기를 탑재하며 기기 내부에서 머신러닝을 실행하겠다는 설계 방향을 먼저 드러냈다.

hero-image.fill.size_1200x675.jpg

구글이 (알파고에 사용된 것으로 유명한) TPU를 설계한건 2015년이지만 이건 기존 엔비디아 생태계를 대체하는 서버 타겟이며, 애플은 거의 비슷한 시점부터 모바일 디바이스를 위한 NPU를 준비했다. 다른 SoC 제조사보다 몇년은 빠른 행보였다. 이후 트렌드인 대형 언어 모델의 흐름은 올라타지 못했지만, 애플은 지속적으로 개선해온 뉴럴엔진과,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온디바이스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 방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더욱 분명해졌는데, 2024년부터 NPU 경쟁이 격화되었고, 실제로 2025년 기준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갖추는건 표준이 되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지 기술적 추가가 아니라, '기기 안에서 AI가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맥락을 한 덩어리로 묶는 능력

내가 개발자로써 흥미롭게 느끼는 건, 사실 모델 그 자체보다도 “모델이 받아들일 맥락(context)”을 어떻게 정의하고 전달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순간이 왔다는 점이다.

요즘은 고성능의 모델이 아니라도, 사용자 앞에 놓인 여러 정보가 맥락화 하여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 그 흐름이 모델의 성능 이상으로 경험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구글의 최근 연구는 “context의 단순한 관련성(relevance)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모델이 올바른 답변을 내기 위해 충분한 맥락(sufficient context)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어떤 정보를 언제, 어떤 기기에서 꺼내서 모델에 전달할 것인가”라는 설계 과제가 기술적 연산 최적화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macos_continuity__fbbuub68k5ui_og.png

그리고 이 맥락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있어 Apple만큼 유리한 조건을 갖춘 곳은 드물다. 아이폰에서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에어팟까지 서로 다른 기기들이 동일한 사용자 경험과 연속성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개발자로서 “디바이스 전환이 느껴지지 않는 흐름”을 설계할 수 있는 좋은 토대다. 이처럼 여러 기기로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의 이어지는 맥락으로 엮어내는 구조 속에서, 모델이 더 나은 답변을 내도록 돕는 ‘맥락 제공’ 설계가 가능해진다.

결국 나는, 앞으로의 AI 경험이 “모델을 어떤 기기에서 돌리느냐”보다도 “사용자가 어떤 기기로 어떤 순서로 경험을 누적하느냐”에 더 무게가 실릴 거라 본다. 그리고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애플은 단순히 기기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사용자 일상의 연속성을 설계하는 회사로 보인다. 개발자의 시선에서 보면, 이 연속성 위에 모델을 올리는 구조가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준비돼 있다고 느껴진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그리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속도와 개방성이라는 지점에서는 애플이 불리한 순간도 있다. 메타와 구글은 플랫폼 확장을 위해 실험적인 기능도 과감하게 내놓는다. OpenAI와 클로드, 그리고 중국 빅테크들은 월간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정도로 개선된 모델을 내놓는다. 반면 애플은 항상 조심스럽고, 늦게 공개하고, 안정성을 확보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예컨대, 온디바이스 AI로 넘어가는 흐름이 확실히 왔음에도 전체 모델이 기기 안으로 완전히 옮겨졌다고 보긴 어렵고, 여전히 클라우드 기반 모델들이 규모나 유연성 측면에서는 앞서 있다. 따라서 애플이 이 부분에서 얼마나 균형을 잡고, 개방성과 혁신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tim cook bye.webp

게다가 또 하나의 리스크로, 리더십 전환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애플이 현재 직원 수와 사업 영역 모두 거대해진 조직인 만큼, 최고경영자 교체 시점이나 방식이 안정적인 혁신 추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복수 매체는 “팀 쿡의 퇴진을 대비한 후계 준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흐름에는 동의하지만, 이런 ‘누가, 언제, 어떻게’라는 질문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는 대형 조직이 혁신 속도를 유지해야 할 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애플을 관찰한다

그래도 이상하게, 기술의 흐름이 중앙집중형에서 다시 개인기기로 옮겨갈 때마다 애플이 중심에 나타났던 경험이 계속 떠오른다. AI도 어쩌면 그런 전환의 순간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대규모 모델이 클라우드에서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것이 결국 사람의 손바닥 안까지 들어오려면 기기 자체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그 지점에서 애플은 꽤 오랫동안 자기 길을 걸어온 회사다.

그래서 조급하게 결과를 내지 않아도, 나는 애플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계속 지켜보게 된다. 단기적인 속도 경쟁에서는 뒤쳐져 보일 수 있어도, 기술이 사용자 가까이로 이동하는 그 순간에는 애플이 다시 무게중심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있다.

결국 이 글도 확신이라기보다는 관찰에 가깝다. 다만 흐름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려고 할 때, 애플은 여전히 흥미로운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시장의 평가가 오락가락해도 나는 조용히 조금씩 모아두고 있는 이유가.

몽쉘 카카오

개발하는 잡부

댓글 기능이 곧 제공됩니다.